고양이들과 함께 동거 동락한 지 14년 차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입맛을 가진 냥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24시간 자유 급식으로 주는 사료가 놓여있고, 적어도 두세 가지 종류의 캔을 접시에 담아내었고요.
만약 먹지 않으면 닭가슴살이라도 맛있게 먹길 기대하며 포도씨유를 살짝 첨가한 물에 넣어 삶은 후 먹기 좋게 잘라 또 한 접시 내어두고 있습니다.
다묘 가정인지라 입맛도 제각각, 먹는 양도 다 다릅니다. 캔도 싫다! 닭가슴살도 물린다! 라고 항의하는 듯이 접시 앞에 앉아 음식을 먹지 않고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들이 제 집에 있습니다.
유독 한 냥이가 아주 집요하게 오랫동안 가만히 버티고 앉아서 제 시선이 마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야옹~'거리면 저는 '아차! 새우를 해줘야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먹거리는?
연어, 황태채, 닭가슴살, 참치가 베이스가된 다양한 고양이용 캔, 츄르, 데친 오징어, 마른 멸치, 엘라이신 치킨연어 스틱, 그리고 새우!
(참고: 고양이가 좋아하지만 주의해야 할 먹거리? (음.. 사실 주면 안되는 음식) : 크림치즈, 모차렐라 치즈, 슬라이스 치즈.. 치즈!!)
*고양이와 새우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가락시장에 다녀옵니다.
늘 가는 단골가게에서 새우를 삽니다.
베트남이라든지 저 멀리 있는 가보지도 못한 에콰도르라는 나라에서 이곳까지 공수되어 온 새우 60~70마리가 담겨있는 2kg 팩을 서너 박스 구입한 후에 크지 않은 저희 집 냉장고의 냉동칸에 차곡히 채워둡니다.
새우의 사이즈로 보면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히 큰 새우로 보면 됩니다.
큰 새우는 너무 비싸기에 살 수 없고.. 작은 새우는 기호도가 떨어집니다.
마른 돈은 나갔지만 냥님들 행복하게 해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프라이팬에 물로 헹군 통새우와 새우가 잠길 정도의 물과 포도씨유를 조금 넣고 강한 불로 요리합니다.
껍질을 벗겨 삶지 않는 이유는 고양이들이 통째로 익힌 새우를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껍질에서 나오는 고소한 맛이 국물에 퍼지고 통살에도 스며들어 짭짭하게 간이 잘 베어 서가 아닌가 싶네요.
대략 십여분 동안 팔팔 끓여 물이 거의 쫄아들어 새우가 다 익으면 단단한 껍질을 벗기고 새우의 몸통과 머리도 분리합니다.
나누어 놓은 새우살과 새우머리를 냥님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가위로 촘촘히 잘라줍니다.
사실 저희 집 고양이들 모두가 새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깥에서 길냥이 시절을 오랫동안 보내어 다양하게 먹어보지 못한 냥이들은 새우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아무튼 새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각각의 작은 접시에 새우를 놓아줍니다. 이 부분에서도 취향의 차이를 존중해 주어야 해요.
새우 머리맛도 좋아하는 아이와 통살 만을 먹는 아이로 나뉩니다.
그리고 많이 먹는 냥이에게는 많은 새우를, 조금 먹는 냥이에게는 적게 놓아주지요~
냥님들에게 일상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 같은 순간이 잠시 생기네요.
열심히 흡입하고 결국 빈 접시를 핥고 있는 고양이는 아직 새우가 남아있는 다른 접시로 다가가 머리를 들이밀어 먹기도 하고요.
새우를 요리한 프라이팬을 사료 옆 한쪽에 두면 새우 수프처럼 맛이 나는 그 국물을 즐기는 고양이가 와서 프라이팬 바닥이 벗겨져라 열심히 먹습니다.
이런 새우타임을 오전에 갖는다면 고양이들은 한나절 포만감과 만족감에 조용해져 각자의 장소에 널브러져 있네요.
만약 저녁에 준다면 다들 우당당 없는 굿나잇을 하겠지요~
*왜 고양이에게 새우를?
쇼핑몰에는 다양한 재료로 만든 많은 종류의 고양이용 먹거리들이 있습니다.
물론 대체로 저 또한 다른 고양이 집사님들 처럼 갖가지 캔들과 건조한 간식들과 습식 제품들과 익혀서 진공 포장된 닭가슴살을 먹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양이들과 보낸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과연 건강하게 먹이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불안은 늘 한 켠에 있는데요.
가능한 한 좋은 재료, 성분에 기호성까지 갖춘 사료를 먹이고, 통살이 겹겹이 보이는 참치를 베이스로 한 여러 가지 캔들을 챙겨주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고양이용 먹거리들은 다 제조되어 제품으로 기한을 두고 유통시스템을 거치지요.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다 만들어 먹이기에는 시간도 비용도 감당할 수 없기에 한 두 가지만이라도 챙기자는 마음에 새우를 특별식으로 꾸준히 챙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챙긴 시간도 제 첫 고양이와 함께한 2년 차였던 때였으니 벌써 13년이네요.
이 아이가 이제 14살 노묘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새우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고요~
새우 하면 콜레스테롤이 몸에 많이 쌓여서 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괜찮아요, 좋아요, 완전 영양식이지요 라는 대답을 들은 후 아낌없이 챙기고 있는 중입니다.
매일 먹이는 것은 아니니까요.^^
*미안함에 대한 보상?
자연이 아닌 집안에서만 살게 되는 반려묘, 고양이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항상 있는데 새우 영양식을 통해 약간의 작은 보상을 해주었구나 라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일층 집에서 산 적이 있고 그 당시의 저희 집 고양이는 외출냥이였어요. 주방 싱크 위로 난 창문을 통해 드나들며 나름대로 도시의 낭만고양이 생활을 보냈었죠.
바로 위에서 언급한 14살 그 고양이예요.^^
어느 날 집에 들어와 보니 어디서 못 보던 고양이 하나가 들어와서는 내가 놀라기도 전에 도리어 자기가 놀라 우당탕거리며 창문으로 탈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 고양이가 친구들을 사귀어 데려온 모양이에요.
또 어느 날인가는 보이지도 않는데 매미가 우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고요.
나가서 놀다 들어온 우리 냥이 입에 불쌍한 매미가 있었습니다.
매미가 죽은 척 소리 내어 울지 않자 고양이는 머리를 흔들어 매미를 깨우려 했던 때도 있었네요.
하루는 퇴근 후 집에 오는데 길가던 어떤 분이 우리 집 답장에 앉아있는 저희 집 고양이를 보고선 얘가 왜 여기 있지? 얘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길냥이예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ㅜㅜ
아무튼 사교성 좋은 고양이는 많은 길냥이 친구들을 사귀어 문 앞까지 데려오기도 하고, 참새 사냥을 해서 자기 이불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남의 집 드나들며 식사를 해결하는 등 나름의 사적인 생활을 즐겼지요.
그러던 중 아차. 더 이상은 안된다. 외출 금지를 결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가 침대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는 나오지 않아 억지로 꺼내어 보니 오른쪽 뒷다리가 세로로 찢겨 있었어요. 마치 두꺼운 바지가 찢겨 벌어진 것처럼 살가죽이 벌어져 있고 그 안의 다리 근육이 훤히 들여다 보이더라고요.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즉시로 동물병원에 달려가 손상된 다리 근육 일부를 도려내어 봉합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잘 회복되어 지금껏 문제없이 지내고 있고요. 다행히...ㅜ
결국 고양이가 외출하던 낭만시대는 끝이 났고 이후에 1층이 아닌 집으로 이사를 간 덕분에 더 이상의 바깥 생활은 없네요.
처음 고양이에게 새우를 요리해주던 때부터 냥님 숫자가 늘어나고 더 많은 고양이에게 새우 영양식을 주는 지금까지 한결같은 열렬한 반응으로 시식해주는 고양이들이 고맙네요, (아... 이 집사 근성을 어찌할꼬..)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고 기호성 좋은 새우요리 소개였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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